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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품 소비 세계 1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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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경제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수요의 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 이름하여 ‘명품’ 시장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꿋꿋이 가격 인상에 나선 명품 브랜드는 오히려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승승장구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한다는 베블런 효과를 제대로 증명하는 모양새다.

명품은 흔히 과시욕, 만족감, 자기애, 보상심리 등 다양한 심리요인이 구매로 이어진다고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팬데믹의 불안감이 명품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가 앞서 나열한 욕구를 자극하며 보복소비를 낳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명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자 관련 기업의 주가도 빠르게 상승했다.

삼정KPMG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월 2일부터 2022년 1월 3일까지 3년간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케링(Kering), LVMH의 주가는 각각 223.0%, 188.6%, 75.8%나 상승했다.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국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미 V자 반등에 성공한 국내 명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6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야경.

지난해 한국 명품 소비 시장 규모 21조원… 1인당 40만원 꼴

올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 규모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인당 325달러(약 40만원)로 중국과 미국의 1인당 지출액인 55달러, 280달러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명품 수요가 늘고 있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하나는 2021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순자산가치 증가, 또 하나는 사회적 신분의 상승과 과시욕을 꼽았다.

미국의 CNBC는 모건스탠리의 발표를 전하며 “이 같은 한국 시장의 수요에 몽클레르는 지난해 2분기 매출이 팬데믹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까르띠에도 1~2년 전보다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한국인의 남다른 명품 사랑이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말 이탈리아 전국지 ‘일 솔레 24 오레’는 ‘명품이 한국으로 향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한국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별처럼 빛났다”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명품 사랑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라고 분석하며 “명품 브랜드들이 오래전부터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분류했고, 최근 1년간 투자를 확대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지난해 이탈리아의 한국 수출액은 2021년과 비교해 4.4% 증가했고, 수출액 상위 5개 중 가죽제품(1위), 신발(2위), 의류(4위), 보석류(5위) 등 패션 관련 상품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전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는 건 K팝 스타를 비롯한 국내 연예인들과의 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여성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 혜인, 다니엘, 민지는 최근 각각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 ‘샤넬’의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발탁됐다. 데뷔 7개월 차의 신인 아이돌그룹이 별다른 마케팅 없이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1월에는 빅뱅의 태양이 한국인 최초로 ‘지방시’의 앰배서더가 됐다. BTS의 슈가와 지민, 아이브의 안유진은 각각 ‘발렌티노’ ‘디올’ ‘펜디’ 앰배서더로,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는 ‘샤넬’, 리사는 ‘셀린느’와 ‘불가리’, 지수는 ‘디올’, 로제는 ‘생로랑’과 ‘티파니앤코’의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빅데이터 분석 기업 론치메트릭스는 패션위크 기간에 미디어 노출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이 한국의 연예인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론치메트릭스는 자체 평가 기준인 MIV (Media Impacted Value·미디어 영향 가치) 분석을 근거로 현재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연예인이 ‘블랙핑크’라고 전했다. 한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는 “5~6년 전만 해도 아시아 시장에선 중국과 일본이 강세였지만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대세로 떠오른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된 분위기”라며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이들을 앰배서더로 발탁해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명품 브랜드도 있다”고 귀띔했다.

여전히 콧대 높은 명품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번의 가격을 올린 브랜드는? 정답은 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이다. 올 들어 일본과 프랑스에서 가격을 올린 루이비통은 한국에서도 가격 인상을 예고(2월 현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가격을 올렸으니 무려(?) 두 달 만이다. 일각에선 “두 달이나 됐으니 올릴 만도 하다”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해외발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백화점에선 다시금 오픈런이 펼쳐지기도 했다. 비단 루이비통만 가격을 올린 건 아니다. 새해 첫날부터 ‘롤렉스’가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2~6% 인상했다. ‘예거르쿨트르’는 평균 20%나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는 1월 5일 최대 10% 인상을 단행했고, ‘쇼파드’는 1월 16일 평균 8%를 올렸다. 2월에는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이 일부 제품에 대해 최대 10% 가격을 인상했다.

인기가 높은 콰트로링의 경우 클래식(다이아몬드·18K, 937만원)은 1000만원 이상, 클래식 웨딩밴드(268만원)는 3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리’도 2월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4~7% 인상했다. 지난해 9월 인상 후 5개월 만이다. 대표 제품인 ‘비제로원 링(3밴드)’의 경우 370만원에서 384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펜디’도 2월 중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같은 제품을 더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 브랜드의 콧대 높은 마케팅이 회자되고 있다.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내용 중 하나는 프랑스 패션업체 ‘고야드’의 판매 정책. 관련 SNS상에선 지난해 말부터 연간 300만원 이상의 구매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만 인기 제품을 판매하는 고야드의 판매 정책이 이른바 ‘갑질’ 아니냐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야드뿐만 아니라 에·루·샤도 인기 라인은 매장에 제품이 없는 경우가 있다”라며 “제품을 보기 전에 먼저 가격을 전액 지불하고 구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디올의 경우 지난해 말 가격이 인상되자 “인상된 금액만큼 더 지불하지 않으면 미리 받은 주문을 모두 취소하겠다”라고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에르메스도 올 초 가격 인상을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에 접수된 소비자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올해는 명품 시장 성장세 둔화 전망도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3530억유로(약 472조원)로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성장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제히 가격을 올린 영향이 컸지만 그럼에도 구매 욕구는 꺾이지 않았다.

단적으로 세계 최고 부자 명단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신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이름이 오른 것만 봐도 이 산업군이 얼마나 장밋빛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지난 1월 20일 기준 1840억달러나 된다. LVMH는 지난 1월 유럽 상장사 중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이 4000억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올해는 이러한 성장 곡선이 무뎌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3~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과 에너지 가격 인상,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시장의 거품이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롭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발탁한 일부 브랜드도 확실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우선 구찌는 7년 만에 브랜드를 떠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후임으로 발렌티노의 사바토 드 사르노를 임명했다. 사바토 드 사르노는 올 9월 밀라노 여성 패션 위크에서 첫 번째 구찌 런웨이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루이비통은 2021년 사망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후임으로 퍼렐 윌리엄스를 선택했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의 삽입곡 ‘해피’가 히트하며 내한공연을 갖기도 한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는 지난 20여 년간 음악과 패션,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다. 힙한 분야의 슈퍼스타이자 프로듀서로 알려진 그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이미 샤넬, 나이키, 몽클레르, 리차드밀 등의 브랜드와 여러 차례 협업을 진행해왔다. 그가 선보이는 첫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은 올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남성 컬렉션 패션위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 역대 최대 매출 루이비통, 베이비컬렉션 내놓는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루이비통이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을 겨냥해 명품 브랜드 중 최초로 베이비컬렉션(~12개월)을 출시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3일 전 세계 일부 매장에서 일괄적으로 론칭하는 베이비컬렉션은 옷, 신발, 액세서리 등에 시그니처 모노그램 패턴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루이비통의 상징인 꽃문양이 가죽 신발, 캐시미어 니트 등에 라벨로 부착될 예정이다. 옷이나 굿즈에 사용되는 캐시미어, 가죽은 동물 복지가 검증된 재질이 사용되며 유아복은 흰색, 모래색, 회색 등 3종류 색상, 니트 슬리퍼, 비니, 턱받이, 양말, 원피스, 파자마, 후드 코트 등도 포함됐다.

한편 루이비통은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매출 200억유로(약 26조8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 전체 매출의 25% 수준이며, 2018년 대비 2배나 성장한 수치다. LVMH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792억유로(약 106조원), 순이익은 141억유로(약 18조원)로 집계됐다.

■ 명품 뒤통수 친 짝퉁 1위는?

최근 5년간 해외에서 수입된 짝퉁 명품의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월 11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 2018~2022년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오다가 세관 당국에 적발된 지식재산권 위반 물품 규모는 2조2405억원(7250건·시가 기준)이었다. 특히 지난해 적발 규모는 5639억원으로 2021년 대비 141.1% 급증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5년간 롤렉스가 3065억원어치나 적발돼 가장 많았다. 뒤이어 루이비통(2197억원), 샤넬(974억원), 버버리(835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상품 수입국(적출국)별로 보면 5년간 중국으로부터 온 물품이 1조9210억원(85.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외 일본(307억원), 홍콩(120억원), 미국(95억원), 베트남(30억원) 등에서도 짝퉁 유입이 많았다. 품목별로는 시계(9201억원), 가방(6222억원), 의류 직물(2218억원), 신발(92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양경숙 의원은 “명품 소비가 많아지는 만큼 짝퉁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라며 “적발된 국내 반입 지식재산권 물품 규모가 1년 만에 2배로 급증한 만큼 관세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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