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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하나 15만원, 가방끈 수선에 6개월... 명품들 AS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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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수선이 완료됐습니다. 비용은 15만원입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이달 초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몽클레르 매장에서 이 같은 안내 문자를 받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작년에 산 몽클레르 패딩 재킷의 지퍼가 망가져 지난 1월 백화점에 수선을 맡겼다. 수선을 맡길 때도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고장 난 지퍼 하나 고치는 데 두 달이나 걸린 것도 황당한데, 고작 지퍼 수선에 15만원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주부 정모(51)씨는 루이비통 체인백 가방 끈이 끊어져 작년 9월 서울 청담동 매장에 수선을 맡겼다. “수선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직원 안내를 받긴 했지만 올 2월에 받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가방끈 수선에 꼬박 6개월이 걸린 것이다. 심지어 수선을 마쳤다는 가방엔 본래 것과 다른 끈이 달려 있었다. 매장 직원은 “부품이 모자라 다른 것을 달았다”고만 했다. 비용은 36만원이 나왔다. 정씨는 “명품 업체들이 AS에서도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것 같다”며 “도리어 내가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마구 올리면서도 애프터서비스(AS)는 ‘나몰라라’ 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제품 수선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하고, 수선된 제품이 도착하기까지 수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AS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커지는데도 수선에 드는 비용은 매년 뛰고 있다.

지퍼 수선에 15만원…AS도 甲인 명품


“이 동그란 연결고리 붙이는데 8만원이라뇨?” 이달 초 한 20대 여학생이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앤코에서 산 팔찌 연결고리가 떨어져 백화점에 수선을 맡겼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면서 명품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목걸이는 길이가 길면 10만원도 넘게 받더라” “너무 비싸서 수리도 못 맡기겠다” “제품 비용을 올리면 AS 비용이라도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제품 판매 방식을 바꾸면서 이전 고객에게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 않는 업체도 있다. 프랑스 패션 업체 셀린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오던 것을 올해부터 직접 판매로 바꾸면서 이전 고객에게 가방끈이나 벨트 구멍 등 가죽 제품 수선에 대해 무상 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셀린느 매장 관계자는 “가죽 제품 수선을 원하는 고객에겐 일반 사설 공방을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계 배터리를 교체하고 싶어도 아침 일찍 매장 앞에 줄을 서야 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회원 수가 120만명이 넘는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에는 “까르띠에 시계 배터리 바꾸려고 백화점 매장에 갔다가 ‘평일 아침 일찍 오셔야 한다’고 면박당했다. 회사원이 평일 아침 일찍 어떻게 가나?” “시곗줄 바꾸는 데 30만원이고 그마저도 넉 달은 걸린다더라” 같은 불만 글만 100여 건이다.

가격은 계속 올리는데 AS 품질은 추락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구찌 같은 명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제기한 AS 관련 불만은 497건이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수선비를 받는 사례, 수선을 접수해 놓고 몇 달씩 기다리게 하는 불만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명품 업체들로부터 AS를 제대로 받아내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해외 본사에 직접 영어로 이메일을 끊임없이 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부터 하고 AS를 요구한다’ 같은 사례를 공유하는 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 업체들이 가격만 올리고 애프터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다 보니 빚어지는 황당한 현상”이라면서 “명품 업체들은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립 서비스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서비스로 고객 응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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