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알리바바 ‘깜짝 동맹’ 둘러싼 5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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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설립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난데없는 ‘한-중 동맹’이 체결됐다.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을 맞잡기로 하면서다. 양 사는 G마켓(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두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해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자본이 5 대 5로 들어간 새로운 이커머스 회사의 탄생이다.
법인 준비 단계인 만큼 아직은 양 사의 구체적인 경영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다만 전에 없던 양국 이커머스 간 ‘깜짝 동맹’을 놓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중이다. 혹자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동맹이 현재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를 뒤흔들 만한 ‘메기’가 될 수 있다고 추켜세운다. 한편에서는 그저 오랜 기간 적자를 내온 지마켓을 서서히 정리하기 위한 신세계그룹 내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신세계·알리바바그룹 사이 ‘신-알 동맹’이 각 사, 나아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과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지마켓-알리익스프레스 ‘크로스’
합작사 공동 경영…플랫폼은 따로 운영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알리바바닷컴·라자다·트렌드욜 등 6개 플랫폼을 전 세계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그룹 내에서도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 밑으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신설 법인은 2025년 상반기 중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 출자 비율은 5 대 5로 동일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자회사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100%를 현물 출자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에 현금 약 3000억원을 추가 출자해 5 대 5 비율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인트벤처 기업가치는 6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증권가 중론이다.
조인트벤처는 두 기업이 공동 경영하되,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각 플랫폼은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기술 공유·마케팅·영업 등에서는 함께 전략을 짜지만 두 앱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앱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앞으로 통합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할지, 수익 배분은 어떻게 진행될지 등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미정이다. 양 사 관계자 모두, 아직 설립 준비 단계인 만큼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랜드오푸스홀딩 초대 대표로는 정형권 지마켓 대표 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과거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거쳐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뒤 2024년 6월 지마켓 대표로 선임된 인물이다. 양측 이해도가 고루 높은 ‘한국인 대표’를 초대 대표로 내세우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이번 조인트벤처 출범에도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조인트벤처 출범 발표 직후 “(이번 합작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알리바바는 모두가 알다시피 글로벌 톱티어 이커머스 회사다. 이번 합작을 통해 많은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알 동맹 둘러싼 5가지 궁금증]
1. 신세계가 기대하는 ‘시너지’는
글로벌 상품 소싱과 IT 경쟁력 강화
신세계그룹과 지마켓이 이번 합작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지마켓 입장에서는 ‘글로벌 접점’이 대폭 늘어난다. 지마켓에 입점한 셀러는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전 세계에 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알리바바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번 합작으로 셀러는 기존 지마켓 등록 상품을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 자동으로 연결 가능하다. 전 세계 180개국에 진출해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라자다(동남아), 미라비아(남미), 트렌디욜(튀르키예), 다라즈(파키스탄·방글라데시) 같은 플랫폼에 노출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에 따로 상품을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다른 나라 언어, 로컬 마케팅 등 셀러들 해외 진출을 가로막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판로 확장 덕에, 셀러에게는 지마켓 입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게 된다. 우수한 셀러가 늘어나는 건 플랫폼에는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에 입점한 약 60만 셀러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유럽·남미·동남아시아 등 최근 한국 상품과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등에 업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대금 정산·프로세스 간소화 등 기존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운영해오고 있던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더해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리바바 측과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제품만 하늘길이 넓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글로벌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의 국내 소싱 기회도 늘어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직구 상품 중심으로 선택지가 넓어질 경우 지마켓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그동안 중국 내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대규모로 구입 후 각지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왔다. 앞으로는 지마켓도 방대한 알리익스프레스 공급망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마켓이 기대하는 두 번째 시너지는 ‘IT 경쟁력’이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IT 역량을 지마켓에 이식할 수 있는 기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모그룹인 알리바바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IT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커머스업계 IT 활용 면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 소비자 쇼핑 환경과 편의성, 판매·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에서 선진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합작은 그동안 지마켓 약점으로 평가받던 UX(유저 경험)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AI는 상품 페이지를 몇 초 만에 번역해주고 옷 사진만 올려도 AI로 모델컷을 자동 생성해주는 등 평가가 좋다. 데이터 마케팅이나 알고리즘 노출 면에서도 한국 기업과 수준 차이가 크다”며 “자본이 부족한 소기업이나 개인 셀러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2. 이마트 수익에 도움이 될까
계속된 ‘지마켓 적자’ 희석된다
이커머스 사업 시너지뿐 아니다. 지마켓 모기업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이번 합작으로 ‘수익 개선’이라는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지마켓 실질 지분이 희석되면서 이마트 손실 반영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마트는 2021년 6월 지마켓을 인수했다. 당시 지마켓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사들이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에선 지마켓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 대 5 지분을 구축한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상 이마트가 합작법인에 갖게 되는 실질 지배력은 보유한 지마켓 지분(80%) 절반인 40%가 된다.
합작법인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지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2022년(654억원)과 2023년(321억원)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2024년 들어서도 지마켓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341억원에 달한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지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를 들어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리익스프레스인터내셔널 조인트벤처 지분율이 50%고 이마트는 40%인 만큼, 지마켓은 이마트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회사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 역시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기업가치가 PBR 0.2배 미만까지 하락한 원인 중 하나가 온라인 사업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였다. 이번 합작법인으로 온라인 영업 환경이 개선된 만큼 단기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3. 지마켓 혹시 ‘매각’하려나
계륵 된 지마켓…신세계는 ‘부인’
이번 조인트벤처가, 신세계그룹이 종국에는 지마켓을 알리바바그룹에 매각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공동 경영을 하다가 3년 내 조인트벤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IPO가 불발되면 알리바바가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설(設)’이 시장에 돌았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매년 적자를 내는 지마켓을 매각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고,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지마켓이라는 유력 플랫폼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추측이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두 앱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그룹은 조인트벤처 IPO와 지마켓 매각, 앱 통합 등 일각에서 제기된 의견 모두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지마켓이 ‘계륵’이라는 의견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사용자 수와 총 거래액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2024년 9월에는 사상 첫 지마켓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이마트나 쓱닷컴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내 신선식품이나 주요 협력사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해온 쓱닷컴과는 달리, 저가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지마켓은 구조상 이마트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최근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앞세우고 있는 이마트에 있어 지마켓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쓱닷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최근 지마켓 나머지 지분 20%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지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는 이마트가 100% 출자한 에메랄드SPV(80%)와 영국 이베이KTA(20%)가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이베이KTA 지분 20%에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이를 포기하고 3자 매각에 동의했다. 이베이KTA는 잔여 지분 20%를 사모펀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털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4.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 무너뜨릴까
시너지+알리바바 투자 확대가 ‘변수’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강 체제’로 굳어지졌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중소형 커머스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쿠팡과 네이버는 덩치를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5위권 내 플랫폼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동맹이 양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용자 수와 거래액을 단순 합산해보면 업계 3위 자리는 문제없다. 별도 앱이 없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사용자 수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업계 3위, G마켓은 5위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쿠팡이 월 사용자 수 3160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11번가(923만명), 알리익스프레스(760만명), 테무(582만명), 지마켓(507만명) 순이다.
당장 양강 체제를 무너트릴 만한 파괴력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합산 점유율은 8~9%대로 추정된다. 20%대 점유율을 보유한 쿠팡·네이버와 차이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마켓 사용자 수 감소가 뚜렷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년 새 사용자 수가 195만명 늘었지만, 지마켓은 같은 기간 83만명 감소하며 테무에 순위를 내줬다.
하지만 앞으로 양 플랫폼 사이 시너지 여하에 따라, 충분히 유력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에 불이 붙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알리바바그룹이 지마켓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똑같이 오픈마켓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 입장에선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며 “알리바바그룹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물류 인프라와 역량을 신세계그룹이 메꿔주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초저가 직구 상품을 중심으로 한국 이커머스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5. ‘중국 리스크’ 괜찮을까
유해성·개인정보 유출 엄격히 관리해야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동안 제기돼왔던 ‘C커머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상품 유해성 물질 검출, 그리고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거듭된 유해성 논란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직구 상품이 지마켓에 그대로 들어올지가 관심사다. 2024년 초 이후 중국발 직구 제품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대두되면서 소비자 불안과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2024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자전거 연장에서 국내 기준치의 258배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알루미늄 재질 냄비와 식품 용기 등에서도 니켈·납·카드뮴 등 국내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 용출량이 검출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품에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최근 결과에 따르면 1120개 제품 중 128개(11%) 제품에서 유해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직구 상품에 대한 국내 기관 안전성 검사 의무화와 유해성 제품 판매 시 법적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은 그간 높은 수준의 상품과 품질 신뢰도, 고객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왔다. 지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알리바바 다양한 상품 역시 지마켓의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알리바바그룹 IT를 기반으로 지마켓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월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 판매자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약 20억원을 부과받으며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본에 형성된 국내 소비자 반감이 이마트와 지마켓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민감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마트와 조인트벤처는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 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고객 정보를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의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난데없는 ‘한-중 동맹’이 체결됐다.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을 맞잡기로 하면서다. 양 사는 G마켓(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두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해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자본이 5 대 5로 들어간 새로운 이커머스 회사의 탄생이다.
법인 준비 단계인 만큼 아직은 양 사의 구체적인 경영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다만 전에 없던 양국 이커머스 간 ‘깜짝 동맹’을 놓고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중이다. 혹자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동맹이 현재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를 뒤흔들 만한 ‘메기’가 될 수 있다고 추켜세운다. 한편에서는 그저 오랜 기간 적자를 내온 지마켓을 서서히 정리하기 위한 신세계그룹 내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신세계·알리바바그룹 사이 ‘신-알 동맹’이 각 사, 나아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과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지마켓-알리익스프레스 ‘크로스’
합작사 공동 경영…플랫폼은 따로 운영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알리바바닷컴·라자다·트렌드욜 등 6개 플랫폼을 전 세계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그룹 내에서도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 밑으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신설 법인은 2025년 상반기 중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 출자 비율은 5 대 5로 동일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자회사 아폴로코리아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100%를 현물 출자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에 현금 약 3000억원을 추가 출자해 5 대 5 비율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인트벤처 기업가치는 6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증권가 중론이다.
조인트벤처는 두 기업이 공동 경영하되,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각 플랫폼은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기술 공유·마케팅·영업 등에서는 함께 전략을 짜지만 두 앱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앱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앞으로 통합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할지, 수익 배분은 어떻게 진행될지 등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미정이다. 양 사 관계자 모두, 아직 설립 준비 단계인 만큼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랜드오푸스홀딩 초대 대표로는 정형권 지마켓 대표 선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과거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거쳐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뒤 2024년 6월 지마켓 대표로 선임된 인물이다. 양측 이해도가 고루 높은 ‘한국인 대표’를 초대 대표로 내세우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이번 조인트벤처 출범에도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조인트벤처 출범 발표 직후 “(이번 합작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알리바바는 모두가 알다시피 글로벌 톱티어 이커머스 회사다. 이번 합작을 통해 많은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알 동맹 둘러싼 5가지 궁금증]
1. 신세계가 기대하는 ‘시너지’는
글로벌 상품 소싱과 IT 경쟁력 강화
신세계그룹과 지마켓이 이번 합작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지마켓 입장에서는 ‘글로벌 접점’이 대폭 늘어난다. 지마켓에 입점한 셀러는 경쟁력 있는 한국 제품을 전 세계에 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알리바바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번 합작으로 셀러는 기존 지마켓 등록 상품을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 자동으로 연결 가능하다. 전 세계 180개국에 진출해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라자다(동남아), 미라비아(남미), 트렌디욜(튀르키예), 다라즈(파키스탄·방글라데시) 같은 플랫폼에 노출된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에 따로 상품을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다른 나라 언어, 로컬 마케팅 등 셀러들 해외 진출을 가로막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판로 확장 덕에, 셀러에게는 지마켓 입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게 된다. 우수한 셀러가 늘어나는 건 플랫폼에는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에 입점한 약 60만 셀러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유럽·남미·동남아시아 등 최근 한국 상품과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등에 업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대금 정산·프로세스 간소화 등 기존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운영해오고 있던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더해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리바바 측과 함께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제품만 하늘길이 넓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글로벌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의 국내 소싱 기회도 늘어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직구 상품 중심으로 선택지가 넓어질 경우 지마켓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그동안 중국 내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대규모로 구입 후 각지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전략을 취해왔다. 앞으로는 지마켓도 방대한 알리익스프레스 공급망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마켓이 기대하는 두 번째 시너지는 ‘IT 경쟁력’이다.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IT 역량을 지마켓에 이식할 수 있는 기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모그룹인 알리바바그룹 전체로 놓고 보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IT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커머스업계 IT 활용 면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 소비자 쇼핑 환경과 편의성, 판매·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에서 선진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합작은 그동안 지마켓 약점으로 평가받던 UX(유저 경험)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단숨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AI는 상품 페이지를 몇 초 만에 번역해주고 옷 사진만 올려도 AI로 모델컷을 자동 생성해주는 등 평가가 좋다. 데이터 마케팅이나 알고리즘 노출 면에서도 한국 기업과 수준 차이가 크다”며 “자본이 부족한 소기업이나 개인 셀러 입장에서는 엄청난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2. 이마트 수익에 도움이 될까
계속된 ‘지마켓 적자’ 희석된다
이커머스 사업 시너지뿐 아니다. 지마켓 모기업인 이마트 입장에서는 이번 합작으로 ‘수익 개선’이라는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지마켓 실질 지분이 희석되면서 이마트 손실 반영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마트는 2021년 6월 지마켓을 인수했다. 당시 지마켓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사들이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에선 지마켓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 대 5 지분을 구축한다. 이렇게 되면 지배구조상 이마트가 합작법인에 갖게 되는 실질 지배력은 보유한 지마켓 지분(80%) 절반인 40%가 된다.
합작법인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지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2022년(654억원)과 2023년(321억원)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2024년 들어서도 지마켓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341억원에 달한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지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를 들어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리익스프레스인터내셔널 조인트벤처 지분율이 50%고 이마트는 40%인 만큼, 지마켓은 이마트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회사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 역시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기업가치가 PBR 0.2배 미만까지 하락한 원인 중 하나가 온라인 사업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였다. 이번 합작법인으로 온라인 영업 환경이 개선된 만큼 단기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3. 지마켓 혹시 ‘매각’하려나
계륵 된 지마켓…신세계는 ‘부인’
이번 조인트벤처가, 신세계그룹이 종국에는 지마켓을 알리바바그룹에 매각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공동 경영을 하다가 3년 내 조인트벤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IPO가 불발되면 알리바바가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설(設)’이 시장에 돌았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매년 적자를 내는 지마켓을 매각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고,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은 지마켓이라는 유력 플랫폼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추측이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사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두 앱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그룹은 조인트벤처 IPO와 지마켓 매각, 앱 통합 등 일각에서 제기된 의견 모두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지마켓이 ‘계륵’이라는 의견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사용자 수와 총 거래액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2024년 9월에는 사상 첫 지마켓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이마트나 쓱닷컴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내 신선식품이나 주요 협력사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해온 쓱닷컴과는 달리, 저가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지마켓은 구조상 이마트와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최근 본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앞세우고 있는 이마트에 있어 지마켓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쓱닷컴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최근 지마켓 나머지 지분 20%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지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는 이마트가 100% 출자한 에메랄드SPV(80%)와 영국 이베이KTA(20%)가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이베이KTA 지분 20%에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이를 포기하고 3자 매각에 동의했다. 이베이KTA는 잔여 지분 20%를 사모펀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털어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4.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 무너뜨릴까
시너지+알리바바 투자 확대가 ‘변수’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양강 체제’로 굳어지졌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중소형 커머스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쿠팡과 네이버는 덩치를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5위권 내 플랫폼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동맹이 양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용자 수와 거래액을 단순 합산해보면 업계 3위 자리는 문제없다. 별도 앱이 없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사용자 수 기준 알리익스프레스는 업계 3위, G마켓은 5위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쿠팡이 월 사용자 수 3160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11번가(923만명), 알리익스프레스(760만명), 테무(582만명), 지마켓(507만명) 순이다.
당장 양강 체제를 무너트릴 만한 파괴력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합산 점유율은 8~9%대로 추정된다. 20%대 점유율을 보유한 쿠팡·네이버와 차이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지마켓 사용자 수 감소가 뚜렷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년 새 사용자 수가 195만명 늘었지만, 지마켓은 같은 기간 83만명 감소하며 테무에 순위를 내줬다.
하지만 앞으로 양 플랫폼 사이 시너지 여하에 따라, 충분히 유력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에 불이 붙고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알리바바그룹이 지마켓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똑같이 오픈마켓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 입장에선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며 “알리바바그룹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물류 인프라와 역량을 신세계그룹이 메꿔주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초저가 직구 상품을 중심으로 한국 이커머스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5. ‘중국 리스크’ 괜찮을까
유해성·개인정보 유출 엄격히 관리해야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동안 제기돼왔던 ‘C커머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 상품 유해성 물질 검출, 그리고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거듭된 유해성 논란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직구 상품이 지마켓에 그대로 들어올지가 관심사다. 2024년 초 이후 중국발 직구 제품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대두되면서 소비자 불안과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2024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자전거 연장에서 국내 기준치의 258배를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알루미늄 재질 냄비와 식품 용기 등에서도 니켈·납·카드뮴 등 국내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 용출량이 검출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제품에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최근 결과에 따르면 1120개 제품 중 128개(11%) 제품에서 유해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직구 상품에 대한 국내 기관 안전성 검사 의무화와 유해성 제품 판매 시 법적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마켓은 그간 높은 수준의 상품과 품질 신뢰도, 고객 서비스 정책을 유지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왔다. 지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알리바바 다양한 상품 역시 지마켓의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알리바바그룹 IT를 기반으로 지마켓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월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 판매자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약 20억원을 부과받으며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본에 형성된 국내 소비자 반감이 이마트와 지마켓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민감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마트와 조인트벤처는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양 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고객 정보를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의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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