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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민 80명 모여 '백구' 구조 프로젝트, "꽃길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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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에 길 잃은 백구가 떠돌아다녀요."

이달 초부터 부산 수영구 동네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백구'를 목격했다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목격 글에 올라온 백구는 흰색 털의 진돗개로, 길을 헤맨 지 오래된 듯 꼬질꼬질한 털에 지친 기색의 모습이었다.

목격 글에 따르면, 백구는 시장이나 공원 등을 떠돌아다니면서도 사람을 향해 짖거나 달려드는 등의 공격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강해 먼저 다가오지는 않는 데다 사람이 따라가면 도망가는 상황이었다.

며칠 동안 개가 떠돈다는 글이 올라오자, 주민들은 백구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이달 9일 '꽃길만 걷자 백구'라는 이름의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단톡방을 통해 백구의 상세한 사연이 알려졌다.

백구는 지난달 화명생태공원을 떠돌아다니다 첫 구조자인 A 씨에 의해 구조됐다. A 씨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백구를 임시 보호하면서 살뜰히 보살폈으나, 산책하는 도중 놓치고 말았던 것. 백구에게는 A 씨가 지어준 '꽃순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은 백구를 구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백구 단톡방' 인원은 점점 늘어나 80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백구를 마취 등의 방식이 아닌 그물과 같은 안전한 방식으로 구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백구의 밥자리를 만들고, 밤낮으로 동선을 체크하면서 백구의 뒤를 살폈다. 주민들은 백구가 자주 들르는 족발집에 백구 몫의 족발을 미리 계산해놓기도 했다.

이달 중순부터 백구의 활동 반경이 동래구 안락동, 해운대구 재송·반여동으로 넓어지면서 구조가 시급해졌다. 이들은 십시일반 구조비를 모아 경남 김해 '똥강아지 공화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은 A 씨가 화명동에서 구조할 당시에도 도움을 준 곳이다. 구조팀은 지난 18일부터 세 번에 걸친 구조 시도 끝에 지난 21일 백구를 구조했다.

백구는 현재 최초 구조자 A 씨가 임시 보호 중이다. 다행히 한 달이 넘도록 길 위를 떠돌았지만, 원래 앓던 심장사상충 이외에는 다른 질병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A 씨는 "꽃순이를 잃어버린 뒤로 정말 단 한 순간도 편히 지낸 적이 없었다"면서 "제 미흡함으로 꽃순이도 너무 고생하고 많은 분을 걱정시켜드렸다. 그래도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를 구조할 수 있게 돼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며 단톡방 멤버와 백구를 위해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백구 카톡방' 멤버들은 백구를 구조한 이후에도 치료비 모금과 백구의 최종 입양처 찾기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톡방 방장을 맡은 서예림 씨는 "꽃순이 구조에 밤낮없이 많은 주민들이 도움을 주셨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고,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꽃순이가 치료를 마치고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만나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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